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부산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은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42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6차전 최종전 원정 맞대결에 3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전날(29일)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에서 자정이 넘은 오전 12시 7분까지 무려 5시간 30분의 혈투를 펼친 뒤 새벽 5시가 돼서야 서울에 도착했던 롯데 선수단. 경기를 앞두고 스트레칭을 시작하기 전 만난 모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손호영의 얼굴에도 피로가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8월 타격감이 대폭발하고 있는 손호영에게 '일정'은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물이 잔뜩 오른 손호영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불을 뿜었다. 손호영은 1회초 1사 1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 키움 선발 김윤하를 상대로 2구째 144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 결과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시즌 17호 홈런.
롯데를 승리로 이끄는 결승홈런이었던 이 홈런은 손호영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한 방이었다. 20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은 이후 단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시즌 100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달성하는 순간이었던 까닭이다.
활약은 첫 타석에서 그치지 않았다. 두세 번쩌 타석에서 모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손호영은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네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물꼬를 텄다. 롯데가 4-2로 추격을 당했던 상황으로 반드시 추가점이 필요할 때 나온 귀중한 출루였다. 손호영이 볼넷을 얻어낸 후 롯데는 빅터 레이예스가 안타를 쳐 1, 2루의 득점권 찬스를 손에 쥐었고, 이어 나온 전준우가 달아나는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때 손호영이 홈을 밟으면서 두 번째 득점까지 손에 넣었다.
손호영이 만들어낸 찬스에서 롯데는 전준우의 적시타에 이어 나승엽까지 스리런홈런을 폭발시킨 결과 키움을 8-2로 제압하고 2연승을 질주, 포스트시즌 티켓 확보를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손호영은 '100안타를 홈런으로 만들어냈다'는 말에 "좋네요. 다행이네요"이라며 "오늘 경기에서 (100안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홈런으로 나와서 더 좋았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손호영의 30일 경기를 포함한 8월 46안타 8홈런 26타점 21득점 1도루 타율 0.400 OPS 1.137로 폭주하고 있다. 오스틴 딘(LG 트윈스)이 홈런(9개)과 타점(36점)에서 손호영에게 앞서고 있지만, 생애 첫 월간 MVP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수치다. 가장 눈에 띄는점은 단연 홈런이다. 롯데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4홈런에 그쳤던 손호영은 8월에만 무려 8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이제 20홈런까지는 단 3홈런만 남은 상황.
손호영은 장타에 대한 물음에 "딱히 비결은 없다. 강하게 쳐야 땅볼도 안타가 나올 수 있고, 실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강하게 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연습을 할 때도 강하게 치는 데 그게 몸에 스며든 것 같다. 나도 왜 이렇게 홈런이 많이 나오는 줄 모르겠다. 타격감이 매일 꾸준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최근에는 타격감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손호영은 2022년 이대호 이후 롯데 선수들 중 처음으로 20홈런의 고지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손호영은 20홈런에 대한 물음에 "또 이러신다"고 너스레를 떤 뒤 "딱히 의식은 하지 않고 있다. 하게 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내가 언제부터 20홈런을 치던 타자라고. 정말로 기록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답했다.
LG에 입단한 이후 부상으로 인해 꽃을 피우지 못했던 손호영은 롯데로 이적한 뒤에도 고질병과 같은 햄스트링 문제로 두 차례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LG 때와는 다른점이 있다면, 부상으로 빠지고 돌아오더라도 타격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 그 결과 롯데에선 없어선 안 될 '주전 3루수'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손호영은 "지금까지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만족한다. 다만 이게 운이 아니길 바라고,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시 한번 채찍질을 하며 "부산이랑 잘 맞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아직 정규시즌 일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롯데는 올해 수많은 성과를 거둬나가고 있다. 그중에서 한 가지를 꼽으라면 손호영의 발견이 아닐까.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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