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홈런 칠 때 비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그 마음을 알겠네요.”
내복사근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1). 27일 광주 SSG 랜더스전 1회 첫 타석부터 선제 결승 우월 투런포를 털어냈다. 그런데 이 복귀 자축포가 자칫 빗물에 쓸려 내려갈 뻔했다.
KIA가 4-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만루서 약 50분간 비로 중단되면서, 최형우의 마음도 바빠졌다. 그는 “원래 비 오면 라커룸 들어가서 휴대폰 보고 그런다. 비가 오든 말든 신경을 안 쓴다”라고 했다. 그런 최형우의 시즌 20번째 홈런이, 자칫 취소될 수도 있었다.
최형우와 KIA로선 다행이었다. 경기는 재개됐고, 5회말까지 진행한 뒤 정식경기가 성립된 상태서 두 번째로 우천 중단된 끝에 강우콜드경기가 성사됐다. 최형우의 복귀 자축포 및 시즌 20호 홈런, KIA의 완승 모두 ‘공인’ 받았다.
최형우는 “첫 타석부터 결과를 낼 줄 몰랐다. 근데 뭔가 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은 있었다. 첫 타석부터 말도 안 되게 홈런이 나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까 (4회 1차 우천중단)비 올 때, 진짜 내가 이렇게 야구 오래하면서 홈런 쳤을 때 비 온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그 마음을 알겠네요. 아니 타자들이 계속 점수 빼는데…”라고 했다.
실제 4회에 비는 내리고 있었고, KIA 타자들의 방망이는 계속 터졌다. 최형우로선 그것도 좋지만 우선 5회까지 진행되길 기대했다. 자신의 홈런도 홈런이고, 1위를 확정하기 위해 KIA의 1승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올해 팀이 SSG만 만나면 꼬이는 것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최형우는 웃더니 “나는 적극적으로 쳤는데 애들이 치는 게 전부 정타가 되니까. 빨리 이닝을 끝내야 하는데”라고 했다. 결국 최형우도 KIA도 웃으니, 홈런 직후 후배들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형은 영화처럼 사네요.”
최형우의 야구인생이 영화처럼 서사가 가득하고 긴장감 넘치는 건 사실이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방출생 신화, 중고 신인왕 스토리, 삼성왕조 시절 전성기, KIA FA 이적과 한국시리즈 우승, 침체기를 딛고 부활한 이야기까지.
끝나고 나니 이렇게 웃을 수 있다. 영화같이 사는 이 남자는 타점왕은 바라지도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타점 1위와 절친한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의 세이브 1위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대신 2020시즌(28홈런) 이후 4년만의 20홈런을 두고서는 “기분 좋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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