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또 경쟁자를 붙여야 한다"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에 앞서 오랜 '리빌딩'을 마치고 본격 '윈나우'를 외쳤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4+2년 총액 72억원에 안치홍을 영입했고, 메이저리그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고 '친정' 한화의 우승을 목표로 KBO리그 복귀를 택한 '코리안몬스터' 류현진과는 무려 8년 17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직접적으로 선언하진 않았지만, 한화의 기조가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각 구단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안치홍을 영입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5강 경쟁권에서는 멀게 느껴졌지만,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시범경기에서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던 만큼 팬들의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흐름은 한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에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칼'을 빼들었다. 지지부진한 성적에 한화는 최원호 감독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고, 박찬혁 대표이사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3년 총액 20억원의 계약을 통해 제14대 감독으로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 새로운 구장이 개장하는 2025시즌에 조금 더 조첨이 맞춰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 어느 정도의 확실한 성과가 필요했다.
사령탑 교체의 효과는 확실했다.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드라마틱한 변화를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지난 16~18일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부터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서 만난 5위 SSG와 맞대결. 김경문 감독은 SSG전이 가을야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과는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한화는 첫 맞대결에서 2-1로 신승을 거두더니, 이튿날 8-5,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 또한 7-1로 승리하면서 3연승을 질주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손에 쥐었다. 이후 NC 다이노스의 1승 1패를 기록한 뒤 지난 주말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2005년 이후 무려 19년, 정확히 7020일 만에 스윕승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27일 경기 전을 기준으로 56승 2무 60패 승률 0.483으로 리그 7위에 머물러있다. 순위만 놓고 본다면 시작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시즌 진출과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8경기에서 7승 1패 승률 0.875로 10개 구단 1위를 달릴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어느새 5위 KT 위즈와 격차는 1경기로 좁혀졌다. 6위 SSG 랜더스와는 승률에서 근소하게 뒤지고 있는 정도다. 조금씩 한화의 가을야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한화가 시즌 막판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요인은 많지만, 김경문 감독의 '무한 경쟁'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포스트시즌은 물론 조금 더 강력한 주전 라인업을 꾸리는 것이다. 사령탑은 '그동안 외야가 약하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씩 결과가 나온다'는 말에 "감독으로서 만족은 못 한다.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 고만고만한 선수보다는 주전이 확실히 나와서 조금 더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을 통해 등장한 선수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로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9순위로 한화의 유니폼을 입은 장진혁이 있다. 장진혁은 올해 73경기에 출전해 56안타 9홈런 37타점 46득점 11도루 타율 0.264 OPS 0.777을 기록 중이다. 끝없는 경쟁을 통해 옥석이 발견되고 있는 셈이다. 김경문 감독 또한 "외야 센터 라인 쪽에는 (장)진혁이가 초반부터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부분에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사령탑의 입장에서 만족은 없다. 김경문 감독은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경쟁자를 붙여 기량을 끌어올릴 뜻을 밝혔다. 그는 "(장진혁이) 내가 온 뒤로는 중견수로 가장 많이 나갔다. 그러나 마무리캠프부터 경쟁자를 또 붙여야 한다.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 감독은 주전을 먼저 만들어 놓고, 경쟁자를 붙여서 더욱 노력해서 팀이 강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이다. (장진혁이) 중견수로 올해 가장 많은 점수를 따고 있지만, 경쟁자를 붙여서 더 노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결국 정규시즌 일정이 모두 진행돼야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화가 가을야구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라인업이 보다 더 탄탄해지고 있고, 주전들이 발굴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