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야구는 징크스를 안 만들어야 하는데"
한화 이글스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 3-1로 승리하면서 2005년 6월 4~6일 청주 맞대결 이후 무려 19년, 정확히 7020일 만에 두산을 상대로 '스윕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큰 의미가 없는 3연승으로 볼 수 있지만, 역대급 순위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시즌 막판에 만들어진 역사적인 승리는 의미가 남달랐다. 한화가 두산전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5위 KT 위즈와 격차를 단 1경기로 좁혀냈기 때문이다.
한화는 정말 다사다난한 시즌 초반을 보냈다. 2023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안치홍 4+2년 총액 72억원에 안치홍을 영입했고, 메이저리그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고 '친정' 한화의 우승을 목표로 KBO리그 복귀를 택한 '코리안몬스터' 류현진과는 무려 8년 17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러한 전력 상승으로 인해 한화는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흐름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한화는 최원호 감독을 경질했고, 3년 총액 20억원의 계약을 통해 제14대 감독으로 김경문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겼다. 당시 한화는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김경문 감독이 팀을 성장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는데, 오랜 '리빌딩'을 마치고 이제는 성적을 내야할 때라는 한화 구단의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수장을 바꿀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지만 한화는 계속해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어려운 행보가 이어졌는데, 지난 16~18일 인천 SSG 랜더스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능성'은 살아 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3연전. 당시 한화는 첫 맞대결에서 2-1로 신승을 거두더니, 이튿날 8-5,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 또한 7-1로 승리하면서 3연승을 질주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손에 쥐었다.
이후 한화는 승승장구의 행진을 이어갔다. SSG와 3연전을 쓸어 담은 뒤 청주에서 만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나란히 1승씩을 나눠가졌고, 잠실에서 만난 두산을 상대로 무려 19년 만에 스윕승을 손에 넣으면서 이제는 '가을야구'의 꿈을 현실화 시켜나가고 있다. 특히 5강 경쟁을 펼치고 있는 KT 위즈(122경기), SSG 랜더스(121경기)보다 적은 118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잔여시즌 일정에서 충분히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상승세의 배경에는 한 가지 재밌는 '공식'이 숨어 있다. 한화는 지난 7월 경기력 향상을 위해 혹서기 유니폼인 푸른계열의 '썸머블루 스페셜 유니폼'을 출시했다. 썸머블루 스페셜 유니폼은 기존 유니폼 대비 90g 가벼워진 소재와 뛰어난 통기성으로 시원하고 건조한 착용감이 특징으로 경기에 직접 착용하는 유니폼인 만큼 높은 활동성 및 차별화된 복원력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리고 7월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착용을 시작했다.
썸머블루 스페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 한화는 키움전에서 나란히 1승씩을 나눠가졌는데, 이후 썸머블루 스페셜 유니폼을 입었을 때 승률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뽐낸 결과였지만 '한화가 썸머블루 스페셜을 입으면 이긴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한화는 썸머블루 스페셜 착용 빈도를 높여갔고, 덩달아 성적이 좋아지면서 지난 25일 19년 만에 두산에게 스윕패를 안기면서 썸머블루 스페셜 유니폼을 착용했을 때 단 한 번의 루징시리즈 없이, 14승 3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연결됐다.
김경문 감독 또한 이를 모르지 않는 눈치였다. 25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유니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유니폼 성능이 너무 좋다. 야구는 징크스를 안 만들어야 하는데, 뜻하지 않는 징크스가 됐다"며 '내년에도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그건 모르겠다. 야구장이 새롭게 바뀌기 때문에 한화 쪽에서도 뭔가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내 영역이 아니다. 나는 선수들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역할"이라고 껄껄 웃었다.
김경문 감독은 '의식이 되느냐'는 물음에 "일단 시원해서 좋다. 이 유니폼이 나왔을 때 날씨가 굉장히 더웠는데, 가벼워서 좋았다. 그런데 이기니까 더 좋아졌다. 다른 건 이유가 없다. 이기면 좋은 거야"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중간에 유니폼을 기존의 홈 유니폼을 바꿨더니 안 좋았었다'고 하자 "그거까진 기억을 못 하겠다"면서도 "많이 이겼다"고 말했다.
한화가 5강 경쟁을 펼치고 있는 KT, SSG와 간격을 눈에 띄게 줄여낸 것은 사실이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페이스'라는 것이 존재하는 야구는 특히 방심은 금물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셈. 그래도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 만약 한화가 썸머블루 스페셜 유니폼을 입고 시즌 막판 대역전극을 통해 가을무대를 밟는다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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