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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도형 기자] "용기를 짜내고 짜내서 나왔기 때문에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야구 여신' 김선신(37) 아나운서가 13년간 몸담은 MBC스포츠플러스(이하 '엠스플')을 떠나 새 도전에 나선다.
김 아나운서는 최근 마이데일리와 대면 인터뷰를 통해 13년간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서 소회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 아나운서의 공식적인 일정은 지난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의 현장 리포팅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6회 초 현장 리포팅에서 김 아나운서는 시청자에게 '엠스플' 아나운서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는 "지난 13년 동안 선수들 가까이에서 진솔하게 그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현직 동료 아나운서들이 현장을 찾아 김 아나운서의 새출발을 응원했다. 특별히 이날 한화 선발로 류현진이 나서면서 그의 아내인 배지현도 마침 현장을 찾았다. '엠스플'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인 만큼 배지현도 김 아나운서의 제2의 인생을 뜨겁게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아나운서의 퇴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부터 조금씩 진전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그리고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베이스볼 투나잇'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이유이다. 10년 넘게 근속한 조직원으로서 동료 및 선후배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아나운서팀장에게 제안한 부분이 바로 '현장 리포팅'이었다. 유종의 미를 위해 올 시즌 현장을 누빈 것이다.
김 아나운서는 "주변 사람들은 자칫 잘못 보면 '네가 현장에 왜 나가냐'고 보실 수도 있는데 나는 너무 좋았다. 스튜디오에만 있다 보니 그동안 보고 싶었던 선수들과 감독님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면서 "반갑게 맞아준 선수, 코치, 감독님들과 있으니 살아있음을 다시 느끼게 됐다. 또한 관중과 마지막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잊지 못할 시즌으로 마음 속 깊이 담아뒀다.
현직과 퇴사를 두고 수없이 고민했다는 그는 손톱만큼의 용기를 갖고 프리랜서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 생활을 계속 연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뭔가 내 마음속에 '지금이 아니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진짜 용기를 짜내고 짜내서 나온 것 같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올 시즌 현장 리포팅을 하면서 특히나 저연차 선수들을 많이 만난 것도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이었다는 김 아나운서. 그는 여러 선수를 떠올렸지만, 그중에서도 지난 4월 곽도규(KIA 타이거즈)와 인터뷰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언급했다. "보통은 신인 선수랑 이야기하면 긴장한 탓에 인터뷰에 소극적인 선수들이 많은데 곽도규는 달랐다"며 "방대한 지식에 놀랐고, 신인왕 질문에 '신인왕을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불펜 투수니까 팀이 성적이 안 좋아지면 내가 많이 나가게 되지 않겠느냐', '내 본분에 맞게 하겠다'는 어른스러운 대답에 한 수 배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프리랜서 준비 과정에서 동료 선후배로부터 많은 조언과 응원 또한 받았다. 먼저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박지영으로부터는 '왜 힘든 길을 가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이내 많은 응원을 보내줬다고. 또 지난 2022년 먼저 프리랜서를 선언한 정용검(입사 동기)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정용검은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캐스터로 활약 중이다. "용검 오빠는 허세 부리면서 '너 나만큼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장난스럽게 되물었다"면서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조언을 구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 동기"라고 언급했다.
과거 함께 활동했던 김민아 아나운서가 최근 SPOTV로 복귀하면서 화제가 됐다. 입사 초반 선배 김민아에게 많은 걸 배웠다는 김 아나운서. 어찌 보면 그에게 선배 김민아는 '선배 그 이상의 존재'다. "민아 선배가 진짜 감사한 게, 회사가 달라졌음에도 항상 먼저 연락해 주시고, 챙겨주신다"면서 "내가 프리랜서 이야기를 전했을 때도, 넋 놓고 있을 때도 '이때쯤이면 뭐 해야 하지 않아'라며 조언해 주셨다. 진짜 큰언니 같은, 그런 존재인 것 같다"고 앞으로는 먼저 연락하는 후배, 또 선배 김민아와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아나운서 앞에 붙는 수식어 중 하나가 바로 '워킹맘(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여성)'이다. 지난 7년간 워킹맘으로서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는 프로그램이 아무래도 밤에 하다 보니까 어려움이 많았다. 싱글일 때는 늦잠을 자고는 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늦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약간 슈퍼맘(일도 육아도 다 잘하고 싶은 마음) 콤플렉스가 있어서 아이가 아파도 '어디다 아프다'고 이야기도 못했다. 속으로 끙끙 앓다가 방송 끝나면 응급실에 달려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힘든 시간도 있었는데 이제는 만 5세가 지나 엄마가 방송에 나오는 것도 알아서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틀에 갇히려고 하지 않는 게, 다른 아나운서들과 차별점이라고 강조한 김 아나운서는 한 달간의 휴식 시간을 거친 뒤 본격적인 제2의 도전을 시작한다. 신분은 달라지지만 '엠스플'과 인연은 계속된다. 최근 새롭게 합류한 유튜브 채널 '스톡킹'의 정식 MC로서 활약할 예정이다. 또 다른 협업도 언제든 열려 있다.
"어디서 그런 구절을 봤는데 이게 낭떠러지인 줄 알고 떨어졌는데 낭떠러지가 아니라 하늘을 날았다더라. 그래서 나도 이 퇴사가 어떻게 보면 남들의 눈에는 또 그렇게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제2의 인생을 향해서 뭔가 잘 비상할 수 있는 그런 삶을 한번 잘 만들어보도록 하겠다".
김도형 기자 circl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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