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아기처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너무 아쉬워하더라"
롯데 자이언츠 이민석은 지난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동안 투구수 54구, 4피안타 4볼넷 3실점(3자책)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계속된 우천 취소로 인해 등판이 밀리면서 지난 9일 KT 위즈와 맞대결이 이후 무려 9일 만의 선발 등판. 이민석은 1회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이주형에게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으나, 후속타자 김혜성에게 2루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해내며 병살타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때 2루 포스아웃이 재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타자 주자를 살려보내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민석은 이어지는 1사 1루에서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최주환에게 초구 149km 직구를 공략당해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첫 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변상권에게 추가 적시타도 맞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1, 3루에서는 원성준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으나, 협살을 통해 1루 주자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3루 주자였던 최주환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1회에만 3실점을 기록했다.
어렵게 1회를 막아낸 이민석은 2회 김건희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다시 한번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며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3회 선두타자 김혜성에게 볼넷을 내주며 또다시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포수 손성빈의 도움을 받으며 2루 도루를 시도하던 김혜성을 지워냈지만, 송성문과 최주환에게 연달아 볼넷을 헌납한 뒤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게 됐다.
당시 이민석은 아쉬움이 큰 듯했다.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를 방문한 주형광 코치의 교체 지시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벤치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등 무언가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지난해 개막전에서 팔꿈치를 다치면서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됐고, 기나긴 재활을 통해 올해 마운드로 돌아와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좋은 흐름을 오래 이어가지 못하면서 기회가 줄어들던 중 다시 찬스가 생겼으나 이렇다 할 결과를 남기지 못한 것 때문인 듯했다.
이 모습을 본 김태형 감독이 이민석을 불러 세웠다. 중계화면에 잡힌 첫 장면에서는 '호랑이'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이민석이 혼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오게 돼 너무나도 아쉬워하는 이민석을 김태형 감독이 다독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내 김태형 감독이 이민석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위로하는 장면이 잡혔다. 그리고 윤동희도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이민석의 등을 두들기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당시 사령탑은 이민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을까. 김태형 감독은 20일 광주 KIA전에 앞서 이민석에 이어 마운등에 오른 정현수의 보직에 대한 물음에 "오늘(20일)은 던질 수 없고, 내일(21일) 중간으로 한 번 대기할 것이다. 그리고 삼성전에 선발로 쓸까 생각 중"이라며 "(이)민석이한테는 '다음 등판에는 네가 꼭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엉덩이를 두들기며 약속했는데…"라고 껄껄 웃었다.
계속해서 김태형 감독은 "(이)민석이가 아기처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너무 아쉬워하더라. 본인은 정말 공을 던졌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볼이 되니까 너무 속상해하더라. 그래서 '잘 던졌다. 괜찮다. 다음에 꼭 선발할 게'라고 해줬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었다.
내용과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좋아졌다는 것이 사령탑의 설명이다. 김태형 감독은 "사실 1회가 끝나고 (손)성빈이에게 한마디 했었다. 볼배합이 너무 단순했다. 공이 빠르다고, 계속 빠른 공만 던졌다. 키움의 젊은 선수들이 빠른 공을 정말 잘 친다. 투나씽에서 한가운데 직구를 던지고 했던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빠른 김혜성을 상대로 세네 발 스탭을 밟고 공을 토스하면 어떡하나. 고승민이 실수를 했다"고 아쉬워 하면서도 "(이민석이)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일단 이민석은 지난 19일에 말소된 만큼 열흘의 기간을 채우기 전까진 1군으로 복귀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민석이 빠진 자리에는 키움을 상대로 3⅓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무실점으로 역투한 정현수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김태형 감독이 이민석에게 한 '선발 약속'은 지켜지지 못할 수 있지만, 투수 교체를 거부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했던 이민석이 다시 선발로 기회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면, 경쟁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광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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