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트럼프 상호관세, 삼성전자·애플 '동반 타격' 전망
베트남, 46% 관세 폭탄…삼성-LG 생산기지 초비상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수입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태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 고율 관세를 예고해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들의 생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강화 등의 전략을 검토하며 관세 부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사를 열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상호관세와 기본관세 두 가지를 적용했다. 주요 대미 흑자국 등 57개국에 국가별로 다른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그 밖의 다른 교역국에는 일괄적으로 10%의 기본관세를 매겼다. 국가별 상호관세는 한국 26%,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지형에도 변화를 줄 전망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업체 생산기지가 위치한 국가들에도 두자릿수의 추가 관세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폰 생산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은 34%다. 앞서 미국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20%의 추과 관세를 매겼던 만큼 이번 상호 관세율 34%가 추가되면서 중국은 54%의 관세율을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 가량이 베트남에서 이뤄지고, 그 다음으로는 인도 기지가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에 상호관세 46%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도 사정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베트남과 인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핵심 거점으로 삼성전자는 현재 호찌민, 박닌, 타이응우옌 등에서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도 베트남을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인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냉장고 등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LG전자도 노이다와 푸네 공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LG전자와 LG이노텍의 지난해 베트남 매출은 11조551억원으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을 제외한 가전 업계의 경우 주로 멕시코에서 생산해 당장은 관세 폭탄의 사정권 밖이다. 대미 수출의 전초기지인 멕시코가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만 멕시코 역시 향후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국 정책에 발맞춰 국가별 생산량을 조정할 방침이다. LG전자의 경우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데 미국 테네시 공장 생산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애초 광주 공장의 냉장고 라인 일부를 멕시코로 옮길 계획이었지만 관세 동향을 더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가전 업계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관세 부과 여파로 제품 가격이 인상되고 수요가 감소하며 고객사로부터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의 경우 상호 관세는 피했지만 앞서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결정한 만큼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자동차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가 적용돼 원가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도 예고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100만대 이상의 차량이 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 수출 1위인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에도 관세 폭탄이 이어질 경우 국내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5조원)를 기록했다.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스마트폰과 TV,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의 가격이 일제히 올라가는 등 연쇄 파장에 따른 반도체 시장 위축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과거처럼 한곳에서 저렴하게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칙이 깨진만큼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이 위축되고 줄어든 국면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고민하돼 냉정하게 대응해 실익 극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멕시코, 캐나다는 결과적으로 상호관세에 제외해 부담이 줄었고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는 굉장히 큰 부담이 생겼는데 이유는 명확하다"며 "중국으로부터 중간재를 많이 받는 나라는 원가경쟁력이 생기고 대미 수출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그 구조를 깨고 싶어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상호관세율) 26%는 다소 높게 책정됐다"면서도 "협상의 시작점일 뿐 종착점은 아니기에 감정적으로 성급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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