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스트리밍' 리뷰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잭팟처럼 터지는 후원금,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채팅,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더, 더 자극을 추구하는 스트리머….
인터넷 방송이라는 세계가 원래 이렇게 숨가쁘고도 벼랑 끝 같은 곳이었나, 새삼 깨닫게 만든 영화가 찾아온다. 영화 '스트리밍'은 스트리머 우상(강하늘)의 실시간 방송을 축으로 끝 모르게 질주한다. 그리고 그 질주 속에서 만나는 풍경은 생각보다 더 아슬아슬하고 눈 돌리기 힘들 만큼 자극적이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채널 랭킹 1위를 지키기 위해 치명적인 위험을 감수하며 연쇄살인범을 추적한다니, 자극의, 요즘 말로 도파민 끝판왕이다. 하지만 우상은 망설임 없이 그 길을 택한다. 그의 구독자 수, 후원금, 광고. 모든 게 그의 과감한 행동 위에 쌓여 있으니까. 마치 흔들리는 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쇼를 펼치는 광대처럼, 우상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다.
여기에 강하늘이라는 배우가 선사하는 묘한 온도감이 극에 흥미를 더한다. 기존에 우리가 떠올리는 그의 이미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 소년 같은 맑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 속 '우상'은 끝까지 몰아붙이는 날선 에너지로 가득하다. 카메라 앞을 내달리고, 순간순간 날이 선 눈빛으로 관객들을 뚫어보는 그 모습은 "이 사람이 정말 강하늘 맞아?"라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선량하고 친근했던 그가, 이토록 광기 어린 얼굴을 갖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는 인터넷 방송의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라이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테이크 방식을 시도했다. 그래서인지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터져 나오는 광고, 후원금 알림, 채팅창의 뜨거운 반응 하나까지도 생생하다. 정말로 내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 비로소 이 영화가 의도하는 재미에 온전히 빠져들게 된다. 스크린 너머의 공간이 곧바로 우상의 방송 플랫폼 '왜그'로 이어지는 듯, 경계가 사라지고 만다.
그저 새롭고 신선한 기법을 보여주려는 게 이 영화의 전부라면, 혹자는 "자극적인 것만 부풀려서 보여주는 거 아니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트리밍'이 마냥 자극만 쫓지 않는다는 건, 인터넷 방송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드러난다. 우리는 가끔 자극적인 장면에 열광하고, 그 장면을 낳은 이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는 쉬이 잊곤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위험천만한 현장이 참혹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웃고 떠들며 후원을 보내는 채팅창의 온도차는 묘한 불편함을 안겨준다.
작품 속에서, 스토리와 함께 새롭게 눈에 띄는 얼굴들도 반가운 풍경을 만든다. 특히 스트리머 마틸다를 연기한 하서윤은, 우상과 호흡 속에서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자아낸다. 대범하고 능청스러운 그녀의 모습이 우상의 광기 서린 분위기와 만나면서 곳곳에 예상치 못한 생동감을 퍼뜨린다.
'스트리밍'은 오는 21일, 관객들을 찾아온다. 이 작품은 일종의 경고이자 새로운 쾌감이다. 클릭 몇 번이면 다른 채널로 갈 수 있는 시대, 시청자의 무관심과 과도한 관심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매 순간 느끼게 한다. 원테이크로 밀어붙이는 생방송 특유의 살벌함, 관객을 전부 끌어들일 만큼 확고한 강하늘의 존재감, 거기에 인터넷 방송의 두 얼굴을 마주했을 때 밀려드는 찝찝한 여운까지. 이 작품을 보고 나면, 한동안 어느 스트리밍 플랫폼에 접속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어쩐지 뜨끔하게 울릴지도 모른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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