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설비 아껴 서비스 약화 우려
배당금 늘리며 ‘주주 달래기’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통신3사가 통신 사업 투자보다 주주 달래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음에도 배당금은 오히려 확대됐다. 이에 본업보다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3사 합산 연간 영업이익 40%가 넘는 자금이 배당금으로 배정됐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이 배정한 2024년 결산 배당금 총액은 1조5245억원으로, 작년 3사 합산 연간 영업이익(3조4944억원)의 약 43%에 달한다. 전년과 비교하면 배당금이 통신3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포인트(P) 커졌다.
세부적으로 SKT(7536억원), KT(4915억원), LG U+(2794억원) 순으로 배당금 지출이 많았다. 통신3사의 2024년 합산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대비 20%가량 줄었지만 배당금 총액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줄었는데도 배당금을 깎지 않고 2023년 수준에 맞췄다”며 “통신 사업 투자를 줄이는 대신 높은 수준의 배당금은 계속 유지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 차원에서 최근 통신3사가 집중하는 정책이다.
자사주 소각에 가장 적극적인 통신사는 KT다. KT는 지난 13일 2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2028년까지 1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일부 실행한 것.
SKT는 작년 2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다.
통신3사가 주주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인 건 밸류업을 통한 주가 부양을 위해서다. 지난 1년간 통신3사의 주가 추이를 보면 KT가 24% 상승률을 기록,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이어 SKT(9.3%), LG U+(6%)가 뒤를 이었다.
KT 주가 상승률이 가장 컸던 이유로는 작년 말 44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감소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연간 3000억원 정도의 인건비가 감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3사 주가는 트럼프발 호재도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화 정책으로 관세와 무관한 내수 소비주이자 경기방어주인 통신주 투자에 대한 이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훈풍이 오래가긴 어렵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통신3사가 본연의 통신 사업에 대한 투자는 늘리지 않으면서, 주가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모멘텀(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인력 감축 등)에만 집중하고 있어서다.
각 사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3사는 통신 네트워크 설비 투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SKT가 집행한 캐팩스(설비투자) 규모는 1조1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줄었다. 같은 기간 KT의 캐팩스 비용은 전년보다 11.5% 감소한 1조4160억원을, LG U+는 전년 대비 18.4% 줄어든 1조3904억원을 기록했다.
통신3사 모두 올해 AI(인공지능) 사업 본격화와 이에 대한 투자 확대를 선언했기 때문에, 통신 네트워크 설비 투자 감축 기조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통신3사 중 5G 투자 액수를 공개한 건 LG U+ 뿐이다. LG U+는 지난 6일 2024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작년까지 5G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줄어든 상태임을 설명했다. 6G가 오기 전까지 향후 몇 년간은 투자 규모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일 계획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과 장기 투자보다, 단기적인 주가 부양 전략에 치중하는 것은 위험한 신호”라며 “네트워크 설비 투자 축소는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와 요금 인상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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