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근 3년 6개월간 하자보수율 61.1%
2021년 90%→2024년 10%까지 감소
시공사, 발주처 아닌 코레일 요청 미뤄
하자보수 미완료 시공사 1위는 현대건설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불완전한 철도 상하분리로 수년간 철도 하자가 방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하분리란 지난 2004년 철도구조개혁으로 국가철도공단이 새롭게 출범하며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 운영·운송 부문(상)을 한국철도공사가, 국가철도공단은 철로 설계·건설·개량(하)을 담당, 관리주체가 분리된 구조다. ‘설계-건설-유지보수-개량’의 기본적인 생애주기를 위해선 국가철도공단이 유지보수를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철도시설의 유지보수는 철도운영자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명분하에 한국철도공사가 독점, 불완전한 철도 상하분리가 20년간 이어지고 있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시갑)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철도시설에서 발생한 일반 하자는 총 1698건이다. 이 중 661건(38.9%)에 대한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고 436건은 보수 작업이 1년, 3년 넘게 방치된 하자는 50건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이 최근 3년 6개월간 유지보수업무를 맡은 일반하자 시설분야 하자보수율이 61.1%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 2021년 하자보수율은 90.2%였지만 2022년 78.6%로 감소했고, 2023년 25.8%, 2024년 상반기에는 9.6%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시공사들이 시공 이후 10년간 하자를 의무적으로 보수해야 하지만 코레일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핑계로 유지보수 업무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차는 그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한다. 하지만 시공사들은 발주처가 아닌 코레일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다.
코레일이 문 위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현대건설(68건), 대우건설(49건), GS건설(35건), DL이앤씨 (28건), 삼성물산(26건), SK건설(25건) 등 대형 건설사들이 하자발생건에 대해 유지보수업무를 미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에는 ‘철도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이로 인해 시공은 국가철도공단이 유지보수업무는 코레일이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2004년부터 20년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2월 조응천 전 국회의원은 철도산업의 환경변화에 발맞춰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철도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철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38조 조항의 시설유지보수에 관한 문구를 삭제해 코레일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독점 체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앞서 국토부는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와 공동으로 20억원을 들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 지난해 12월 용역결과를 토대로 철산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BCG는 철도 건설·개량은 철도공단이, 유지보수·관제는 코레일로 위탁된 시설관리의 파편화가 선도 국가 대비 통합돼야 할 역할과 책임소재를 분산시켜 열차 안전을 저해했다고 분석했다.
또 코레일 인력의 낮은 자격 요건과 형식적인 법정 의무교육이 실무 관점의 근원적인 역량을 강화하는데 미흡한 구조라고 밝혔다.
BCG는 궁극적으로 선도 국가들이 지향하고 있는 추세인 책임 일원화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건설·시공에서 유지보수까지 데이터의 완결성 있는 관리와 정보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일원화의 전제로 철산법 개정은 필수지만 코레일 사업소, 장비 환수 등에 장기간 소요가 예상되므로 철저한 준비 후 최소 2028년 이후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지보수는 안전 확보와 직결되므로 안전우선의 일관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독일, 영국 등 상하분리를 채택한 유럽 국가들은 유지보수를 시설관리자가 전담하게 해, 시설 현대화와 안전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진석 의원은 “철도시설의 작은 균열 하나가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데도, 시공사들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수년째 유지보수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며 “시공사들의 안전불감증이 지속되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특히 시공과 유지보수업무가 각각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로 이중화되면서, 시공사들이 코레일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철도 안전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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