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넌 욕심이 없다.”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었다. KIA 타이거즈는 이날 졌지만, 2위 삼성 라이온즈도 지면서 7년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사실 선발투수 김도현은 잘 던졌다. 5이닝 7피안타 2탈삼진 1볼넷 1실점하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그날 김도현은 같은 한화 이글스 출신 변우혁과 함께 감격에 젖어 “우리가 우승도 해보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쓴소리도 들어야 했다. “넌 욕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프로라면 좀 더 좋은 기록과 내용, 높은 레벨로 올라가기 위한 욕심을 부려야 한다. 24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을 마친 김도현은 “안타 맞고 표정을 보니 뭔가 하려는 행동을 안 보였던 것 같다”라고 했다.
물론 김도현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한화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뒤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철저한 개인훈련을 하며 포심패스트볼 구속을 150km까지 끌어올렸다. 몸과 공에 힘이 붙으면서 그저 그런 불펜투수가 아닌, 당당한 1위팀의 5선발로 거듭났다.
여기서 멈추면 그냥 5선발이다. 김도현은 지금도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을 고루 구사한다. 그러나 사실 안정적으로 5이닝을 던지는 타입은 아니다. 물론 이달 들어 페이스가 좋긴 하다. 삼성전서는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생애 최고의 투구를 했다.
이런 모습을 길게, 꾸준히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투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지만, 그래야 5선발을 넘어 2~3선발까지 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범호 감독은 가능성을 봤다. “시종일관 공격적인 투구로 7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줬다. 제구와 구위 모두 위력적이었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발전한다”라고 했다.
김도현은 “내겐 너무 뜻깊은 시즌이다. 전역하고 바로 가을야구까지 가는 것에 만족한다. 야수들을 믿고 던지면서 도움도 받았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선 해결하려고 했다. 올해 구속이 늘어서 좋고, 내년엔 변화구를 좀 더 가다듬으면서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어쨌든 당당한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투수 후보가 됐다. 김도현은 “상상만 해도 너무 좋긴 한데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처음엔 내 자리가 선발이 아니었고, 중간으로 시작했는데 팀에 보탬이 돼서 좋다. 한국시리즈에 선발로 던지면 좋겠지만, 어떤 보직이든 맡겨주시면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의 충고를 받아들여 심기일전하기로 했다. 김도현은 “SSG전서도 6이닝을 던져보고 싶긴 했다. 감독님이 날 생각해줘서 얘기해준 것이니까, 더 독하게 하겠다”라고 했다. 어쩌면 다가올 한국시리즈 4선발, 내년 풀타임 4~5선발은 김도현의 변화에 달린 것일 수도 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