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던 더스틴 니퍼트(43)가 눈물의 은퇴식을 치렀다.
니퍼트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경기가 종료된 후 공식적인 은퇴식을 치렀다.
당초 두산은 니퍼트의 은퇴식을 거행하려 했으나 코로나 등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미뤄지게 됐다. 2018년 이후 6년만에 은퇴식이 열리게 됐다.
니퍼트는 KBO리그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 등록에 따라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과 그라운드에 함께 선다.
니퍼트는 KBO리그 외국인 투수를 통틀어 '레전드'로 꼽히는 선수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니퍼트는 2018시즌까지 8년간 214경기에서 102승 5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인 동시에 유일한 100승-1000탈삼진 달성자로 남아있다.
특히 2016시즌에는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외국인투수 중 유일하게 프로야구 40주년 레전드 올스타에 선정됐다.
이날 아쉽게 실전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이 승리하면서 보다 기쁜 은퇴식을 치르게 됐다.
두산은 키워드는 Debut, Dedicate, Drama, Destiny,Dear 순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Debut는 니퍼트의 등장이었다. 팬들은 환호성으로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Dedicate(헌신)는 두산베어스와 팬들을 위한 니퍼트의 헌신을 보여주는 단어다. 2015, 2016년 우승을 함께한 김재호, 허경민, 정수빈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Drama는 니퍼트의 활약과 MVP를 수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6년 우승을 함께한 김재환과 판타스틱4를 이룬 유희관이 등장해 꽃다발을 안겼다. 니퍼트는 유희관이 나오자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Destiny(운명)이었다. 니퍼트와 운명의 배터리 양의지와의 우정이었다. 니퍼트와 양의지는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서로에 대한 존경을 보여왔다. 양의지가 꽃다발을 들고 등장하자 니퍼트는 눈물이 터졌다. 양의지 역시 눈시울을 붉혔고, 서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마지막으로 Dear 순서였다. 두산베어스 선수단이 니퍼트에게 영상편지를 남겼다.
그리고 니퍼트가 단상에 올랐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린 니퍼트다.
잠시 감정을 추스른 뒤 니퍼트는 은퇴사를 낭독했다.
그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야구장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요한 세부 사항을 놓치지 않도록 영어로 연설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시작했다.
이어 "은퇴는 기본적으로 작별 인사를 하거나, 직장을 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야구는 직업인 동시에 언제나 제 삶의 일부일 것입니다. 그래서 작별 인사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 니퍼트는 "두산베어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2011년 계약 이전까지, 저는 KBO리그나 두산베어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양측 모두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낼지 전혀 몰랐지만, 8년을 함께한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두산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저는 앞으로 다른 팀에서 뛰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2011년 첫 시즌 후 13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두산베어스 유니폼이 마지막 유니폼이 될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KT가 없었다면 외국인선수 최초의 100승-1000탈삼진 기록도 없었을 것입니다. 함께한 시간이 1년뿐이라 아쉽지만, 제 곁에 아무도 없을 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KT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양의지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더했다. 니퍼트는 "양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간단하게, 양의지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감사하다는 표현으로는 제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고 또 부족할 것입니다. 투수들은 함께 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합니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것은 행운입니다. 양의지와 함께 상대 라인업을 분석하던 모습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입니다. 고마워 내 형제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니퍼트는 큰절을 하며 은퇴사를 마쳤다. 이후 니퍼트는 선수단과 기념사진을 찍고 헹가래를 받았다.
그리고 니퍼트는 오랫동안 활약했던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돈 뒤 가족과 후배 선수들의 응원 속에 은퇴식을 마무리했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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