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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어떻게 하셨어요?”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KIA 이범호 감독에게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태형 감독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우문현답을 내놨다. “1위나 꼴찌나 스트레스는 똑같다. 나중에 결과만 다른 거지. 그 (야구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상황은 똑같다”라고 했다.
KIA는 12일 광주 롯데전을 잡고 정규시즌 우승 및 한국시리즈 직행 매직넘버를 5로 줄였다. 순위표 맨 꼭대기에서 이걸 지켜야 하는 감독은,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는다. 감독은 팀을 보수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걱정 저 걱정을 하다 보면 밤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많다.
올 시즌 이범호 감독의 입술이 부르튼 모습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더구나 이범호 감독은 감독 첫 시즌이라서, 아무래도 시즌을 이끌어가는 노하우나 경험이 없다. 첫 시즌에 우승 문턱까지 다가서느라 정말 애썼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결정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많았다. 알고 보면 1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부상자도 많았고, 선발진은 양현종을 제외하면 완전히 얼굴이 바뀌었다.
이범호 감독이 김태형 감독에게 경기 전 저렇게 ‘스몰토크’를 시도한 것은, 역시 김태형 감독이 경험이 많은 베테랑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베어스에서만 645승을 달성했다. 8월31일 잠실 두산전서 개인통산 700승을 거뒀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6년, 2019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2018년 정규시즌 우승이 감독 김태형의 주요 업적이다. 두산을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려놨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4회.
현역 감독들 중 우승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 다음으로 포스트시즌 경험도 많다. 그런 김태형 감독은 롯데에서 하위권 감독의 삶을 사실상 처음으로 살아본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이미 다 안다는 듯, 해탈한 모습이었다.
하위권 감독의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다. 롯데의 기초체력이 약한 것이야 업계가 잘 안다. 실제 김태형 감독은 한 시즌을 지휘하면서 여실히 느껴왔다. 선수에 대해 가감 없이 평가하는 김태형 감독이 굳이 약점, 비판적 평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평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을 것이다. 김태형 감독의 스트레스는 이범호 감독 이상이면 이상이지. 절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올해 젊은 내야수들의 성장은 수확이라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끝나고 결과를 보는 거지. 우승한 날 술 한번 먹고 일어나면 멍하다. 허탈까진 아닌데 힘든 게 쫙 오고 결과가 좋아도 끝나면 아무것도 없다”라고 했다. 잘 해도 시즌이 끝나면 허무한 게 감독이란 자리다. 물론 통장에 보너스가 들어오면 잠시 기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김태형 감독으로선 이범호 감독의 “어떻게 (우승) 하셨어요”라는 말이 누구보다 와 닿고 공감이 됐을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이범호 감독에게 무슨 얘기를 해줬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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