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가 조금 낯설다.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은 윤동희는 지난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무력시위를 펼쳤고, 4월 하순 1군의 부름을 받은 뒤 조금씩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려내며 주전으로 거듭났다. 특히 우여곡절 속에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합류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윤동희에게 안주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캠프가 시작된 직후 지난해 주전으로 뛰었던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일주일 동안 훈련의 '자율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윤동희는 손성빈, 김민석과 함께 김해 상동구장의 실내연습장에서 '특타'를 진행하기도 했다. 짧게 끝날 것 같은 타격연습은 특타로 이어졌고, 약 한 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이런 노력을 김태형 감독도 모르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훈련하는 윤동희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김태형 감독은 미국 괌 스프링캠프를 출발하기 직전 인터뷰에서 윤동희를 '주전'으로 낙점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사령탑은 윤동희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고, 굳건한 믿음 속에 윤동희는 서울시리즈 개막에 앞서 진행된 LA 다저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평가전을 가진 '팀 코리아'에도 합류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며 많은 것을 습득했다. 하지만 윤동희의 올 시즌 스타트는 아쉬웠다.
3월 7경기에서 6안타 2타점 타율 0.261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4월에도 좀처럼 감을 찾지 못하면서 19안타 1홈런 7타점 타율 0.229에 머물렀다. 하지만 부진이 더 길어지진 않았다. 윤동희는 5월 23안타 1홈런 9타점 23득점 타율 0.366 OPS 0.896로 펄펄 날아올랐고, 6월에도 26안타 3홈런 21타점 타율 0.313 OPS 0.938로 폭주했다. 4월까지 10승의 고지도 밟지 못했던 롯데가 5~6월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동희의 지분이 적지 않았다.
방망이가 불을 뿜었던 5~6월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윤동희는 7~8월에도 변함 없는 활약을 이어갔다. 그런데 최근 윤동희에게서 지난해, 올 시즌 중반까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 중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이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선발 육선엽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아웃이 되며 찬물을 끼얹었고, 3루 주자로서 주루사까지 기록하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말. 선발 애런 윌커슨이 LG 구본혁에게 우중간 방면에 안타를 맞았다. 처음 타구를 쫓아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전력으로 내달리던 윤동희. 하지만 타구가 펜스 근처로 향하자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고 설렁설렁 뛰는 모습을 보였다. 구본혁의 주력을 고려했을 때 우중간을 가른 타구를 2루타로 막아내는 것은 어려웠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한 중계플레이를 통해 3루에서 '승부'를 볼만도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쉽게 3루타를 허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미 선수단을 향해 한차례 이같은 안일한 플레이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지난 7월 중견수 황성빈이 타구를 빠뜨린 뒤 최선을 다해 쫓아가지 않았을 때 "전력으로 공을 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외야수들이 실수를 하면 이후에 전력으로 뛰는 선수가 거의 없다. 실수는 실수고, 미친듯이 뛰어가야 할 것 아닌가. 외야에서는 뒤로 공을 빠뜨리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러면 빠르게 전력 질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령탑은 "20살 선수든, 40살 선수든 똑같이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윤동희의 수비와 과정은 달랐지만, 김태형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은 상황이었다. 외야에서 공을 쫓을 때 전력으로 내달려야 한다는 것. 그러나 구본혁의 타구 때 윤동희에게서 이러한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타구를 쫓았다고 하더라도 3루에서 승부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10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롯데가 치른 경기는 128경기, 그 중에서 윤동희는 125경기에 출전했다. 선발로 나서지 않았던 경기도 있지만, 사실상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는 셈.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 지금은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고, 희생도 하면서, 팀을 최우선을 생각하며 '자신의 것'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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