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되게 잘한다고 이야기하겠네요"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 등판해 2이닝 동안 투구수 23구,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손에 넣었다.
지난주 1승 1무 4패로 주저 앉으면서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 확보가 불가능한 롯데. 이제는 1승, 1승이 중요한 상황에서 김원중이 1-1로 팽팽하게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조금 더 긴 경기를 내다본 마운드 운용도 가능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과감하게 김원중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이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김원중은 첫 타자 오스틴 딘을 상대로 0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손에 넣은 뒤 3구째 135km 포크볼을 위닝샷으로 던져 좌익수 뜬공을 유도,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후속타자 문보경과는 6구 승부 끝에 137km 포크볼로 삼진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고, 이어 나온 오지환에게는 151km의 강속구를 뿌려 3구 삼진을 솎아내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김원중이 군더더기 없이 9회말 수비를 끝내자, 타선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10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승민이 볼넷으로 물꼬를 튼 후 손호영이 안타를 쳐 1, 3루 기회를 손에 쥐었고, 빅터 레이예스가 '해결사' 역할을 해내며 2-1로 주도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9회 수비에서 12구 만에 LG 타선을 잠재웠던 '장발클로저'가 10회말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원중은 이닝 시작과 동시에 박동원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이닝을 시작하며 불안한 출발을 맞았다. 이에 LG는 1루 주자로 최승민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영빈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박해민의 타석에서 1루 주자가 스타트를 끊었는데, 이때 포수 강태율이 '강견'을 바탕으로 주자를 지워내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가 2개로 늘었다.
이후 김원중은 박해민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속타자 구본혁을 초구에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묶고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1승, 1승이 소중한 상황에서 김원중은 어떤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을까. 그는 "항상 같은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지난 7월 8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11.05으로 최악희 한 달을 보냈지만, 언제 부진했냐는 듯 8월에는 8경기에서 1승 5세이브 평균자책점 1.04으로 부활했다. 그러나 최근 두 경기에서 실점을 기록하면서 다시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점에서 김원중의 마인드셋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년간 롯데의 뒷문을 담당하고 지켜낼 수 있는 이유가 드러났다.
"최근 주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춤하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또 빨리 회복해서 올라가는 것이 선수의 역할"이라며 "팀이 필요할 때라면 언제든 나가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무조건 막는다는 단순한 생각들만 갖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힘들 기간도 있다. 때문에 그런 부분을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매일 경기를 치르는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부분이지만, 뒤가 없는 클로저의 경우 특히 좋지 않은 기억을 빨리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김원중은 어떻게 털어낼까. 그는 "경기가 끝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모두가 아시다시피 게임도 한두 판씩 하면서 생각들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야구 팬들 사이에서 김원중의 취미가 게임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 한다.
팬들은 김원중의 건전한 취미에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은 물론 플레이를 분석하는 글까지도 등장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다. 김원중은 "경기에 영향을 줄 정도로 하진 않는다. 경기가 끝나고 한두 판 하는 정도다. 조금 생각들을 정리하고, 다른 생각들이 나지 않게 하는 것 같다. 게임을 하면 야구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 있다. 그래서 취미생활인 것 같다"며 '게임 분석글까지 나오고 있다'는 말에 "되게 잘한다고 이야기하겠네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원중은 이날 자신의 투구보다 포수 강태율의 도루 저지에 목소리를 높였다. "(강)태율이가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는데, 2군에서부터 오랜 시간 함께했기에 마음이 잘 맞는다. 우리 모든 포수가 그렇지만 워낙 강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타이밍만 빼앗기지 않으면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투구에 임했다"며 "다 알아주셔야 된다. 우리 포수들 모두가 강견이다. 모든 상황에서 포크볼을 던지든 포수들이 모두 막아주고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원중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올 시즌이 끝난 뒤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2012년 롯데의 유니폼을 입은 뒤 단 한 번도 우승반지를 끼지 못한 것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직 일정이 끝나지 않은 만큼 올 시즌을 포기하긴 이르다. 그는 "내 손으로 꼭 우승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팀 내에서 단단한 문화들이 형성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이 시작, 끝날 때까지 모든 경기를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포기하지 않았음을 알렸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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