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베이스를 뽑는 세리머니를 하겠다.”
2015년 10월21일이었다.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는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베이스를 뽑아내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KBO리그 최초의 40-40이었다. 당시 테임즈는 9월3일 창원 두산전서 시즌 39~40홈런을 치며 일찌감치 40-40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그날 테임즈는 시즌 31도루에 성공할 정도로 도루 페이스가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시즌을 마칠 때까지 꾸준히 도루를 적립한 끝에 해당 경기 포함 시즌 종료 3경기를 남겨놓고 극적으로 40-40에 성공했다. 자신의 시즌 140번째 경기였다. 총 142경기에 출전했다.
9년이 흘렀다. 테임즈에 이어 KBO 역대 두 번째, 국내선수 최초로 40-40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센세이션한 김도영(21, KIA 타이거즈)이다. 그동안 철저히(?) 야망을 숨겨왔지만, 김도영도 사람이다. 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서 3-30-30-100-100을 한 뒤 “홈런을 그만 쳐도 좋다”라고 했다.
아슬아슬하게 40-40을 달성하지 못하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는 얘기였다. 지금처럼 35홈런으로 끝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얘기. 그러나 이미 도루를 38개나 한 마당에, 잔여 12경기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 40홈런을 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 일단 40도루를 하면 테임즈처럼 베이스를 뽑아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도영은 테임즈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40홈런보다 40도루에 먼저 도달할 전망이다. 홈런이 관건이다. 12경기서 5홈런을 추가하는 건, 홈런타자라도 쉬운 얘기가 아니다. 이미 35홈런을 친 김도영에게 홈런타자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만, 어쨌든 김도영에겐 20홈런도 30홈런도 처음이다. 40홈런 도전도 당연히 처음이다.
김도영은 홈런 몰아치기 능력이 확실히 있다. 4월 10홈런을 통해 보여줬다. 그러나 이후 월간 10홈런은 없었다. 6월 8홈런 이후 7월 7홈런, 8월 6홈런이었다. 40도루보다 40홈런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범호 감독의 분석은 정확하다.
부담 없이 몰아치는 것과 결과를 의식하고 몰아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홈런을 더 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을 비우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KIA가 정규시즌 우승을 추석연휴 전후로 확정한다면, 김도영이 정말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이미 김도영에게 40-40을 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도전해봐야 한다고 응원했다. 아무리 김도영이라고 해도 매년 40-40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40-40을 하기만 하면 국내타자 최초, 최연소 타이틀을 가져간다. 심지어 잔여 12경기 중 10경기만에 달성하면 139경기로 최소경기 40-40 타이틀까지 가져갈 수 있다. 김도영의 진짜 위대한, 마지막 도전이 시작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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