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국,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
아시아지역 3차예선 불안한 출발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한 수 아래로 여긴 상대를 안방에서 제압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아쉽고 분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과 분위기를 떠올려 보면, 아찔하고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홍명보호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위한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은 '복병'이 맞았다. 원정의 불리함에 응원단도 없었지만 한국전을 잘 준비했고, 잘 치렀다. 한국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마냥 수비만 하고 물러서 있지 않았다. 수비할 때와 역습이나 공격할 때를 잘 나눠서 준비한 대로 경기를 잘 진행했다. 전체적인 기록과 내용에서 뒤져 보였지만, 게임 플랜 실행에서는 한국을 능가했다고 봐야 옳다.
어차피 축구는 골 싸움이니 내용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 물론, 내용이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 또 아니다. 하지만 내용이 결과와 비례하지 않는 경우 또한 많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경기 기록을 보면, 한국이 분명 우세했다. 점유율에서 75.3-24.7로 앞섰고, 패스 성공률도 88.1%-67.3%로 우위를 점했다. 슈팅 수(16-10)와 유효 슈팅 수(5-3)도 더 많았다.
그러나 한국은 팔레스타인을 압도하는 듯하면서도 압도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놓쳤고,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이 무산되고, 손흥민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맞는 불운도 있었다. 세트 피스 수비에서는 아찔한 실점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고, 후반전 막판에는 체력이 고갈돼 역습 찬스를 상대에게 너무 쉽게 내줬다. 상대 골문을 계속 두드리다 지쳐 패할 뻔했다.
경기를 잘 펼치고도 질 수 있고, 경기 내내 밀리다가 이길 수도 있는 게 바로 축구다. 홍명보호가 5일 팔레스타인전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집중력은 질 수도 있고, 이길 수 있는 어정쩡한 느낌을 줬다. 아직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의 주문과 전략이 경기에 잘 녹아들지 않았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선수들의 투지와 맞춤형 전략이 한국을 크게 괴롭혀 0-0 무승부라는 결과가 나왔다.
승점 1 획득에 그쳐 매우 아쉽지만, 고무적인 부분도 있었다. 우선, 전반전보다 후반전 경기력이 더 좋았다. 이강인과 손흥민이 경기가 풀리지 않는 순간에 프리롤처럼 움직이며 해결사로 동시에 나선 부분도 좋았다. 반대로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위험한 순간도 꽤 나왔다. 경기 막판 지나치게 공격 쪽에 힘을 써 수비 뒤 공간을 너무 쉽게 열어 줬다. 또한, 수비에서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가 부정확해 역습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도 여러 번 보였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첫 술을 잘 떠야 맛있고 배부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왕이면 첫 술을 잘 뜨기를 바랐고, 그래야 더 안정적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 사냥이 가능했을 것이다. 첫 단추가 꼬였으니 잘 정비해서 다시 단추를 채워야 한다.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10일(한국 시각) 원정에서 벌일 오만과 경기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다.
요약하면, 아쉽지만 아찔하고 다행스러운 팔레스타인전 무승부였다. 난관 돌파를 위한 집중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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