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이겨내고, 또 해야 한다
불명예 수식어지만 롯데 자이언츠에겐 올해 '봄데'도 없었다. 한동희를 비롯해 김민석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구상들이 어긋나더니, 개막시리즈에서는 믿었던 구승민까지 무너지는 것을 비롯해 3월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 밖에 수확하지 못하며 허덕이는 등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2022년 4월을 1위로 마치고, 지난해에도 5월까지 상위권 경쟁을 펼칠 정도로 질주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4월이 된 이후에도 반전은 없었다. 롯데는 4월 23경기에서는 7승 1무 15패에 머무르는 등 3~4월 8승 1무 21패로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승의 고지도 밟지 못했다. 바닥을 찍은 분위기가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5월이었다. 13승 1무 10패로 리그 3위의 성적을 거두면서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6월에는 무려 14승 1무 9패로 1위를 질주했다. 시즌 초반에 깎아먹었던 것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6월 일정이 종료된 시점에서 롯데는 35승 3무 40패로 리그 7위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이 기쁨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7월 6승 14패로 다시 리그 꼴찌에 해당되는 성적을 남기며 추락하기 시작했던 까닭이다. 5강 경쟁은 커녕 꼴찌 재추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었다. 하지만 8월 다시 '희망'이 생기고 있다. 우천취소 등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치르진 못했으나, 9승 3패로 다시 월간 승률 공동 1위를 질주하는 중. 롯데가 다시 상승세를 타는 사이 5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던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 KT 위즈가 부침을 겪으면서 미약하지만 '가능성'이 생겼다.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이 비로 인해 노게임이 선언됐으나, 어부지리로 상위 팀들과의 간격이 좁혀졌다. 아슬아슬하게 5위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SSG가 LG 트윈스에 3-4로 무릎을 꿇은데 이어 6위 KT 위즈 또한 키움 히어로즈에게 2-3으로 일격을 당하면서 5위 SSG와 격차가 2.5경기에서 2경기로 줄어들었다. 5~8위 팀들이 워낙 촘촘하게 붙어있는 만큼 이제는 어떤 팀이 마지막 5강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2경기까지 간극이 좁혀지면서 희망이 생겼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20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110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에게 기회가 있고, 남은 경기가 많다는 것이 변수를 일으킬 수는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승리를 쌓아야 한다. 경기를 많이 치른 팀들의 경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경기에 임할 수 있지만, 롯데는 쉴 틈 없이 달려야 한다. 이는 분명 체력적인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게다가 일정에 따라 롯데는 매 경기 상대팀의 '에이스' 투수들과 마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김태형 감독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사령탑도 어린 선수들의 체력 문제에 대한 걱정을 갖고 있다. 롯데에는 나승엽과 손성빈, 황성빈, 윤동희, 고승민 등 '가을야구'는 물론 '풀타임'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도 많기 때문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앞서 언급된 선수들은 올해가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해가 된다.
김태형 감독은 20일 광주 KIA전에 앞서 '5위(SSG)와 2.5경기까지 좁혀졌다'는 말에 "선수들이 피로를 느끼면서 조금씩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고리타분하지만 옛날부터 야구를 할 때 '정신력, 정신력' 막 이랬지 않나. 근데 그건 진짜 맞는 것 같다. 백업으로 경기를 못 뛸 때는 얼마나 뛰고 싶나. 그런데 계속 경기를 나가니까 피곤하지. 그런데 '피곤하다'하는 순간 지고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회가 온 만큼 정신력을 통해 피로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사령탑의 설명이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이 본인의 몸 관리를 잘해서 어떻게든지 이겨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감독으로서 보면 안다. 선수들이 피곤해서 힘들어하는걸. 지금 이렇게 뛰어본 선수가 없지 않나. 워낙 선수들의 피지컬이 좋으니까 버티는 것 같은데, (윤)동희도 보니까 말랐더라. 뒤에서 보니 살이 쭉 빠졌더라. 고승민도 외야나 봤지, 내야에서 그렇게 움직이는게 쉽지 않다"고 안쓰러워 했다.
롯데는 최소 '가을야구'를 목표로 삼고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믿었던 카드들이 아쉬운 시즌을 보내는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5위와 격차가 2경기까지 좁혀지면서 '가을야구'에 대한 가능성이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사령탑도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120%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체력적으로 떨어진 것이 보이는데, 얼마 안 남았으니 이겨내고 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하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은 결국 피와 살이 된다. 롯데에 '주전' 선수들이 만들어져 나가고 있다.
광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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