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레전드와 함께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시즌 첫 경기부터 기분 좋게 승리한 정관장 선수들이 부둥켜안은 채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순간 선수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사람이 코트로 내려왔다. 염혜선, 박은진, 정호영, 노란 등 정관장 주요 선수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뛰어가 반갑게 안겼다. 그 주인공은 한송이였다.
한송이는 지난 시즌까지 정관장 맏언니로 솔선수범하며 팀을 이끌었지만,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고 정든 코트를 떠났다. 그리고 이날 경기 전 은퇴식을 가졌다.
지난 20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관장과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시작 전 체육관 조명이 꺼졌다. 관중들은 휴대폰 조명을 켰고 한송이 이름을 연호했다. 그리고 폭죽과 함께 대형 유니폼이 천장에 걸렸다. 한송이는 은퇴 영상을 보며 힘겹게 눈물을 참았지만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던 후배들이 꽃을 들고 코트로 들어오자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동료들도 울고 한송이도 울고 코트는 한순간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렇게 정관장에서 한송이의 존재는 대단했다.
한송이는 1984년생으로 2002년 1라운드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하며 실업 무대로 데뷔했고, 2005년 V리그 출범부터 지난 시즌까지 20시즌을 뛴 'V리그 살아 있는 역사' 말 그대로 레전드다. 아웃사이더 히터로 데뷔한 한송이는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고 2007-2008시즌에는 득점왕까지 거머쥐며 V리그를 평정했다. 아웃사이더 히터에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 변경을 한 뒤에도 태극마크를 달만큼 여전한 실력을 뽐냈다.
나이가 들며 입지는 줄어들었지만, 항상 팀을 위해 희생했고 솔선수범하는 베테랑의 희생정신에 감독을 비롯해 후배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존경했다.
정관장 선수들은 그런 한송이에게 시즌 첫 승의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다. 비록 은퇴는 했지만, 승리 기념 촬영을 할 때 한송이를 가운데 앉혀 함께했다. 한송이는 후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코트를 떠났다.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한송이는 행복한 선수로 기억되며 배구선수로서 마침표를 찍었다.
[후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은퇴한 한송이 / KOVO(한국배구연맹)]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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