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벌써 두세 달 후면 기타를 배운 지도 2년이다. 레슨을 시작한 초반부터 한 곡을 주야장천 치는데도 매번 새로운 실수를 연발하는 내게 기타 선생님은 말한다.
“이제 두 살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기타를 배운 지 반년이 되었을 때쯤 선생님은 나를 얼른 하산시키려 했다. 기초를 익히게 하고 틈틈이 “앞으로 혼자 기타를 치려면…” 같은 말을 주기적으로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어쩜…늘 새롭네요”라고 하더니 앞의 말이 사라졌다.
“자, 오늘 배운 거 한 번은 성공하고 끝냅시다.” 레슨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기 일쑤고, 하산의 기약은 아득하다.
나로서는 그사이 선생님이 도망가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나였으면 진즉 포기했을 터였다.
요 몇 주 선생님은 내가 새로운 곡을 혼자 쳐보는 숙제를 계속 내준다. 잘 아는 노래를 골라 악보를 찾으면서 내내 나는 불안에 휩싸인다. ‘그냥 듣기만 했지 한 번도 기타로 연주해볼 생각은 안 했는데, 코드 전환이 어려우면 어쩌지? 들을 때와는 달리 박자가 빠르면 어쩌지?’ 한다.
어찌저찌 곡을 골라 혼자 뚱땅거려보지만, 내 손 끝에서 나오는 소리는 내가 알던 노래가 아니다. 그저 스트로크 한 번 내리치는데도 제 박자를 좇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리듬감이 전혀 없는 데다 손마저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해 당최 박자를 맞추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F코드를 잡을 때다. 검지를 쭉 펴 여섯 줄 전부를 짚고 나머지 손가락도 모두 운지하는 같은 계열의 코드를 잡을 때마다 실수를 연발한다. 검지부터 짚고 나머지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짚으라는 선생님의 반복된 조언에도 늘 검지가 제일 마지막에 움직인다. 머리로는 아는데 손가락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하고 속상하기만 하다.
최근 출간한 <마음 단련>에 이런 말이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실수만 줄여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제 퍼포먼스를 정직하게 가져올 수 있죠.”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선수 말이다.
같은 책에서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실수를 그냥 넘겨버리면 당시 속상했던 감정만 기억되지만, 이를 ‘수행 기억+감정’으로 분석할 줄 안다면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실수할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배움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덕분이다.”
그러고 보면 기타를 치다 실수했을 때 나는 그저 속상하고 답답한 감정에 빠져 있지, 이후 실수와 관련된 수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 이래서 내가 기타가 안 느는 거였구나. 실수를 줄이려면 충분한 경험이 쌓여야 함도 깨달았다.
어디 기타뿐이겠는가. 인생도 실수의 연속이고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잠 못 이룰 때가 많은 것을. 그래도 실수 자체와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하며 경험을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기타를 배우며 이렇게 인생을 배워간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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