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전 직업과 별개로 살아요. 일은 일이고 나는 나죠. 그래서 결혼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웠어요."
마이데일리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을 앞둔 김보라를 만나 연기와 인생 전반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4일 막을 내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극 중 김보라는 무천시의 낯선 이방인 하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날 만난 김보라는 꾸며내지 않은 담백함과 소탈함이 돋보였다.
10살 무렵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김보라는 "제 선택은 아니었고 엄마에 의해 시작했다. 이 일이 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다. 스무 살 때까지 그렇게 살았다. 연기를 하면서도 학교 가는 게 재밌고 친구들과 노는 게 재밌었다. 그냥 10대들과 똑같은 삶을 살다 보니 배우라는 직업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천 가지 직업 중 하나일 뿐이다. 현장에 가면 다들 일하러 온 사람들, 이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10년은 아무 생각 없이 일한 게 원동력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제 선택이었다. 정말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은데 제가 언급되는 자체가 신기하고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그랬다. 최근 서울드라마어워즈 시상자로 참석했는데 그 또한 정말... 많은 2030 연예인들이 있는데 왜 나를 불러주셨을까. 시상을 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지금도 오디션에 가면 너무 감사하고 붙으면 신기하다. 그래서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욕심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거의 없는 편이지만, 오랜 세월 연기를 하며 고비도 있었다. 김보라는 "23살 때 처음 막막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영화 오디션까지 다 떨어지고 '어떡하지' 싶었다. 그때 '고작 23살인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쳤을 땐 차라리 20대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책임질 게 많으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20대는 좀 지쳐도 되지 않을까. 당연히 이런 상황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다. 30대에 기대하는 건 정말 없다. 다만 비중에 상관없이 해보지 못했던 연기를 하고 싶다. 사실 해봤던 연기를 또 해도 상관없다는 주의다. 24살에 했던 장르를 지금 만나면 또 다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 6월 김보라는 만 28세 나이로 결혼식을 올리며 인생 2막을 열었다. 상대는 영화 '괴기맨숀'을 함께 작업한 조바른 감독. 다소 이른 결혼을 결심한 계기를 묻자 "웃긴 얘기일 수도 있는데 연예계 친구들보다 비연예인 친구들이 더 많다. 그들과 제일 많이 소통하고 많이 만난다. 초등학생 때부터 절친이 둘 있는데 이 친구들과 비슷하게 제 시점이 맞춰져 있다. 다들 일찍 결혼해서 저한텐 이게 자연스럽다"고 답했다.
결혼을 하고 생긴 변화에 대해서는 "대나무숲이 생긴 기분"이라며 "원래 일하면서 힘든 얘기를 가족, 친구들에게도 잘 안 하고 살았다. 모두가 힘든데 얘기해서 뭐 하냐는 마인드가 강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됐다. 솔직하게 말하는 걸 배웠다고 해야 하나. 그런 점이 좀 달라진 것 같다. '백설공주'에 대한 남편의 코멘트도 있는데 저랑은 관점이 다르다. 전 연기를 중점적으로 본다면 이분은 스토리를 중심으로 보더라. 가끔 '나중에 이런 역할 해도 잘 어울리겠다'는 얘기도 해준다"고 했다.
2세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작년까지는 2세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학기마다 장래희망이 달라지듯 올해는 조금만 더 신혼으로 지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남편 작품에는 언제든 열려있다"면서도 "아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른 분들의 자리를 뺏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할 일 하면서 현장에 불러주면 차려 가는 게 베스트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보라는 "남은 올해는 더 표현하면서 살고 싶다. 사실 정말 무뚝뚝하고 무심한 성격이다. 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고 없이, 조심하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려고 한다. 차기작에 들어간다면 이전보다 더 꼼꼼히 스스로를 점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다짐을 전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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