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결전의 날'…"75만원이 판을 가른다" 최후 승자는

영풍·MBK 공개매수 종료일·최윤범 회장은 "83만원 전량 매수"
75만원 웃돌면 고려아연 유리·MBK 측 공개매수가 더 올릴 수도
산업부, 고려아연 '국가핵심기술' 지정 심의도

[마이데일리 = 이재훈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4일 분수령을 맞았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시도 중인 공개매수 청약이 이날 종료를 앞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최소 수량 조건을 없앤 뒤 대항 공개매수 금액도 1주당 83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영풍 측은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시도가 고려아연 법인에 손해를 끼쳐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고, 고려아연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정면 대응하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장 개장 직후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공개매수가인 75만원을 돌파해 12시 30분 기준 76만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했다”며 “핵심은 단 1주라도 응모 주식 전량을 다 매수한다는 점”이라고 못박았다. 최 회장 측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최대 372만6591주(발행주식총수의 18.0%)를 공개매수한다.

최 회장 측은 최소 매입 공개매수 조건도 없앴다. 최소 매입 공개매수 조건이란 공개매수 청약에 응모하는 주식 수가 일정 지분을 넘겨야 공개매수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목표 지분이 10%면 이보다 많은 지분의 주식이 청약해야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구조다.

만약 청약 응모 지분이 10%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를 하지 않는데, 이 조건을 없애면 지분율 합산과 상관없이 응모 주식 모두를 매수할 수 있다. 즉, 최대 매입량인 372만6591주까지는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식을 모두 83만원에 산다는 뜻이다.

이날 장 마감 이후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을 밑돌면 공개매수가 성공하게 되지만 주가가 75 원보다 높으면 투자자들이 공개 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진다. 영풍·MBK의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은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오프라인 지점 또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이날 오후 영풍·MBK 연합도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개매수가를 다시 올리면 공개매수 기간도 10일 연장돼 양측의 공개매수 대전은 다시 연장된다.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대해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최 회장 측의 '최대 7% 금리·2.7조원 단기차입·주당 83만원' 자사주 취득 방침이 회사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배임 행위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 같은 결정을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 의결만으로 하는 것 자체가 상법을 어기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중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을 또 다시 신청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재탕'일뿐이라며 반박한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고려아연은 법적으로나 회계적으로 분명하게 6조원 이상의 배당 가능 이익이 있으며 이를 통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며 "전량 매수는 공식적인 공시 사항이며 금감원 신청 및 이사회 승인 사항"이라고 맞섰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하는 안건을 심의한다.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MBK가 경영권을 쥐게 될 경우 향후 중국 등 외국에 기술이나 경영권을 매각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앞서 고려아연 측은 MBK가 향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중국 자본에 고려아연을 넘길 수 있다며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을 낸 바 있다.

이재훈 기자 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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