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주가 하향세, 한때 '5만전자'…신저가 경신
HBM 경쟁력 뒤처진 삼성, 해외인력 감축설까지…전방위 위기에 반등 모색
삼성전자 8일 3분기 실적발표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한국의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반도체 겨울론' 우려가 사실상 불식됐으나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은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2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2% 넘게 내리면서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장 대비 200원(-0.33%) 내린 6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전장 대비 2.6% 내린 5만90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최저가를 경신했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회복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 경쟁력 우려가 높아진 데다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해당 지역 인력 중 약 10%를 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화를 위한 인력 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반도체 겨울론은 사실상 주춤한 분위기였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의 배경은 반도체 시장의 문제라기보다는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가전 분야에서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사업 부진으로 15년 만에 영업이익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경쟁사 대비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맥쿼리는 내년 삼성전자 HBM 매출액은 130억달러로, SK하이닉스 대비 43%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맥쿼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삼성이 이제는 D램 기술 격차에서 SK하이닉스에 6개월 정도 밀리고 있다는 분석까지도 내놨다.
삼성은 파운드리도 여전히 추격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메모리 칩 부분은 국내 라이벌인 SK하이닉스보다 여전히 뒤처진 상태이고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분에서도 대만의 TSMC에 밀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하는 등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메모리 부진뿐 아니라 파운드리의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는 5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부진한 탓에 메모리 재고를 쌓아둔 고객사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50년을 맞아 삼성 반도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롭게 제정했다. 불필요한 행사를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반도체 사업 50주년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행사 일부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노조와의 갈등도 여전히 진행 상태다. 방사선 안전 관리 부실로 지난 5월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인도법인 가전공장의 직원 약 600명이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구금되는 등 각종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3분기 예상 영업이익 컨센선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1조2313억원이다. 이는 한달 전(13조6606억원)보다 17.78%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 속 재파업 등 노조 리스크 확산이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노사갈등'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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